마이애미 사운드 같았던 폭염이 내리쬐던 여름도 물러가고, 파가니니의 교향곡 처럼 매서운 겨울이 다가왔다. 어느 세 코끝은 아지랭이 처럼 피어나는 커피 향에 취해, 너도 나도 따스한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파라디소 에서의 한가한 북대 생활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커피 한 잔 머금으니, 어느 세 몸도 따스해 지고, 간밤의 피로가 풀리는 듯 하다. 지독한 악취가 나는 샌드위치를 말고는 딱히 나쁜 것이 없는 파라디소, 그리고 그 곳에 앉자 있는 나. 꽤나 괜찮은 그림 이다 라고 생각할 떄 쯤, 이제는 이 그림도 더 이상 현재형이 아니게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렇다고 잔주름 잔뜩 생기도록 울 필요는 없는 거니까)
5원의 커피를 팔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의 완소남들 부럽지 않은 에스프레소 미소(?)를 날려주는 점원도 열심히 커피를 팔고 있고, 중국어 공부를 하는 코쟁이 언니부터, 아침부터 술을 푸는 이름 모를 청년까지.. 정말 이 다양한 사람들 만큼 북경의 기억은 다양한 모습으로 4년을 나와 함께 하였다.
지난 4년간. 페리스 힐튼이 할리우드에서 빨간 구두를 신고 멈추지 않는 댄스를 출 때, 난 지구 반대편에서 파란 구두를 고쳐 신고 앞으로 또박 또박 걸어 나가고 있었으며(작년에 유행한 프라다라면 좀 참아줘), 박근혜씨가 붙임 머리와 부푼 머리에 공을 들일 동안, 난 머리 싸매고 단거리 뛰기의 호흡보다 더 급하게 시험 준비를 하기도 하였고, 끝이 없는 샴페인 같았던 4년도 어느 세 기포가 다한 샴페인 처럼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맛이 없다.(한 병 더 라고 외칠수 있을만큼 인생의 재미는 간단한 게 아니니까)
나에게 있어 북경이란 지독히 싫지도, 미친 듯이 좋지도 않은 존재였다. 20대 초반의 광풍도 이곳 에서 불었고, 20대 중반의 여유로움도 이곳에서 즐기고 있다. 남들은 “그 동안 모했니?” 라고 매몰차게 물을 테지만, 난 이곳에서 이룬 것도 많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였다. 허상세월은 하지 않았으면, 블록버스터의 밤 생활을 즐겼고(파티애니멀은 아니다), 낮 생활은 지치지 않고 먹이를 쪼아 대는 까치처럼 재발랐다.
속 빈 강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꽉 찬 느낌을 주는 곳은 아닌 북경에서 나름 감정의 풍요로움을 찾아 헤매 였고, 노스텔지어란 없으며 아마겟돈도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흥미를 상실했다. 공부만 하고 살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지만, 필자는 공부를 하더라도 핑크 펄 팬으로 요점 정리를 하고, 귓속에는 머라이어 캐리가 한 소절을 25번 꺽는 노래가 흘러야 하며, 네이트온의 로그온 딸랑벨이 들려야 심적 요동도 덜한 사람 이기에, 공부만 하기에는 전혀 적합한 DNA 구조가 아니란 말씀!!!(정신병 있나봐….)
그러나 나의 감정은 북경이 지겨워져서 떠난 다는 것과 너무 나도 다르다.
북경의 더러움 따위는 이미 발끝으로 보도를 걸어도 될 정도로 습관이 들었으며, 더러운 공기 한 사발 정도야 피파까오 한 수저 크게 들이키면 씻은듯이 내려갔다. 이제는 맛 집도 많이 알게 되어, 데이트 코스에 어쩔 줄 모르는 이들의 Hot Line이 되었다.
인력 인프라도 많아 졌고, 추억도 많아졌다. 생활 방면에서는 세상 어디를 가도 “SHIT”이라는 말 한번 안 뱉을 수 있는 인내력도 생겼다. 무엇 하나 버릴 것 이 없는 이 북경에서의 생활을 등지고 떠나야 하는데, 왜 난 전혀 아쉬움이 들지 않는 것일까? 왜 전혀 슬프거나 혹은 질퍽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막연한 즐거움 따위의 유아적 기쁨은 세안 할 때 이미 하수구 통으로 다 쓸어 보냈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간다는 기쁨이 오히려, 북경을 떠난다는 마음을 앞서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희망..마치 기내에서 산 샤넬 파우더를 뜯어 볼 때 만큼의 기대와 같다.
새로운 세계 그리고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전혀 정해 놓은 것은 없지만, 난 또 한번의 스타트 라인에서 열심히 끈을 묶고 있다. 총알 탄 사나이는 아니더라도, (달리기는 체질이 아니니까) 새로운 결승선을 끊기 위해 달려 가게 될 인생의 또 다른 코스에 오감이 흥분 된다. 길바닥에서 족발을 잡고 프렌치 스타일로 네일아트를 해주고 있을지, 아니면 쇼트즈위젤 샴페인 잔에 Veuve Clicquot샴페인을 가득 채우고 흥청망청 할지, 늑골이 터져 나가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볼지 알 수 없지만,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불안감 따위 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충만하다.
눈물 흘리며 할 이별이 아닌, 60인조 브라스 오케스트라단과 삼바 카니발 퍼레이드걸을 불러서 일주일 동안 이별을 축하해도 모자랄 그런 이별 이란 것이다. (16센치 지미츄 하이힐도 곁들여야 겠군.) 북경과의 멋진 이별을 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더욱더 환영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빛나는 사람이 되자…말아도 말아도 맘에 들지 않는 고데기 연출 처럼, 생각은 정말 끝이 없고, 계획도 정말 끝이 없다.
어메리칸 한잔을 다 비웠다. 잔은 비웠지만, 이제 또 다른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 다음에는 어메리칸을 담을지, 에스프레소를 담을지 전혀 알 수 는 없지만, 인생이란 또 무언가를 다시 담는 다는 기쁨이 가득하기에, 이별과 과거에 대해 전혀 아쉽지 않다.
내가 없어도 항상 진행형일 파라디소의 풍경도, 나의 뒤를 추적이라도 하듯 달리는 자전거들도, 악취나는 리지아오와 국관건물의 화장실도,웃음이 가득한 비시험 시즌도, 한숨이 가득할 시험 시즌도.. 이 모든것들이여!!! 이제는 Adios!!! 그리고 이별에 대해 쿨하게 웃음 짓고,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나가는 거야!!!!
글_ 국제관계 04 강지석
출처: 제 6호 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