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대한 고찰 시리즈

-한국사회가 ‘외국어’를 원하는 이유와 중국유학에 대한 거시적 분석.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왜 ‘중국어’를 배우는가? 그리고 중국어를 배우게 되면 당신이 바라는 ‘목표’가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유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또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걸까. 필자는 대다수의 유학생들이 자신의 ‘미래’ 혹은 ‘비전(vision)’이라고 하는 것들 때문에 중국어를 공부한다고 믿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면 취업이나 본인이 희망하는 진로에 있어서 도움이 되거나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기에 바다 건너 이국 땅에서 젊은 날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단순히 유학이라는 ‘경험’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온 유학생은 극소수일 것이다. 물론 유학경험도 중요하겠지만, 그 유학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미래에 좀 더 플러스가 되는 요소를 가져가겠다는 것이 그 진짜 속내가 아닐 까. 이처럼 대부분의 유학생들에게 유학이라는 단계는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무언가를 배워 얻어가는 ‘베이스캠프’로 생각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할 듯 하다. 그렇다면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학생들의 최종목적지는 아무래도 조국인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최전선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이야 말로 어쩌면 가장 ‘전쟁’에 대해 고심해 보아야 할 존재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학도 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대체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유학을 결심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뜬다’는 기대감에, ‘중국어를 배우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등 대한민국 사회에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모종의 ‘분위기’로 인해 중국 행을 결심한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순수하게 중국이라는 나라나 중국어만을 꿈꿔온 학생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소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사회가 지닌 중국 혹은 중국어에 대한 수요나 기대에 대해서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중인 외국학생들 중 가장 많은 수가 바로 한국 유학생이라는데 과연 이러한 현실이 한국사회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까. 또한 이러한 중국유학의 파도가 수많은 유학생들의 ‘Chinese dream’을 이루어 줄 수 있을 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원하는 것은 다름아닌 ‘뛰어난 인재’다. 뛰어난 인재는 학습능력이 좋아야 하며 이는 단순히 아이큐만을 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대입'이라는 관문을 통해서 어느 정도 검증과 필터 링이 실시 되지만—이로 인해 학력중시풍조가 생겨나는 것이며, 이는 어느 정도 사회에 필요한 요소이므로 학벌’지상’주의와는 차별을 둘 필요가 있다--, 문제는 '수능' 하나만으로는 사람을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수능시험은 매년 문제 난이도와 범위의 변화가 커 그 성질상 유동성이 크고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치기 때문에 핵심적으로 사람을 분별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따라서 사회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학 간판 하나만으로는 인재를 감별할 없으니 이 사람이 진짜 '쓸만한' 인재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또 다른 검증'이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바로 '외국어(중국유학생의 경우 중국어)'다.
  언어는 지능과 큰 상관관계가 없으며, 언어장애가 없는 한 평범한 사람 누구나 구사할 수 있다. 꼴등이 공부는 못 할 수 있어도 말을 못하지는 않지 않는 가. 즉,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비교적 '평등한 수학조건'을 지닌 외국어야말로 자원 없고 땅덩어리 좁은 대한민국이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좋은 '검증도구'인 셈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외국어를 잘하면 '이 사람 열심히 공부했구나'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는 자신 스스로가 별도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니까. 영어는 미국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반영한 것뿐이고, 최근에는 중국이 각광 받는다고 해서 중국어가 유행처럼 빠르게 퍼지는 현상은 특정언어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외국어'에 대한 수요임을 말해주는 좋은 예다.

  이러한 외국어에 대한 갖가지 수요들이 결합해 ‘외국어인증시험(TOEIC이나 HSK 등)’에 대한 수요를 부가적으로 파생시킨다. 막연히 ‘중국어 실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하기에는 그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HSK시험과 같이 공인된 ‘검증도구’가 또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인증시험의 결과는 곧 그 사람의 객관적인 수준을 어느 정도 알려주기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유학생의 경우 ‘필연적으로’ 인증시험에 매진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토익대란과 같은 사례가 보여주듯이, ‘시험성적은 높지만 실제 언어구사능력은 떨어지는’ 시험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인증시험에 대한 신뢰도가 의심 받기 시작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외국어를 잘하는 뛰어난 인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험 점수=언어실력’이라는 공식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단순히 시험에만 목 매달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진짜 외국어’에 눈을 떠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유학의 핵심은 ‘외국어’라는 의견에는 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외국어’의 핵심은 대한민국을 버리고 그 나라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외국을 이해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다시 한국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어인증시험이 유학의 ‘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명제가 참이면 그 명제의 ‘역’은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중국어를 잘하면 HSK성적이 높을 테지만, HSK 성적이 좋다고 해서 꼭 중국어를 잘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필자의 견해가 현재 HSK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다소 실망을 안겨다 줄지 모르지만, 그래도 중국어 하나만 믿고 있다가 ‘쪽박 차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꿈(dream)이라고 하는 이상(理想)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꿈이 위대한 ‘이상’이 아닌 막연한 바람이 깃든 헛된 ‘환상(幻想)’이 되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토익시험의 경우, 응시생 수가 꾸준히 증가해오다 지난해(2008년) 처음으로 200만을 돌파했다(문화일보 2월 19일자 보도). 지금은 가격이 39,000원으로 인상되었지만 37,000이라는 변동 전 가격으로 얼추 계산해보아도 “37,000원 * 200만 = 740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에도 HSK 응시생 수가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한 해 수십 만 명은 족히 것이다. 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HSK는 중국 현지에서 전체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동시에, 한국에서도 시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한국인 응시생수의 통계는 내기 어렵다-. 이러한 공인된 어학인증시험의 경우 출제위원회 혹은 단체(기업)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문제를 사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국가적으로 봐도 큰 지출(때에 따라서는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년에 한가지 상품으로 수백억의 매출을 내는 사업은 정말로 ‘대박’인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의 경우 수요가 지속적이고 외국어 잘하는 인재를 원하는 사회분위기에 따라 더 강해질 수도 있어서 그야말로 ‘앉아서 돈 버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시험공부 열심히 한다고 손가락질 해서는 안되겠지만, ‘남 좋은 일’에 소중한 열정도 모자라 ‘돈’을 퍼주는 일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필자는 결코 HSK11급이나 외국어인증시험을 깎아 내리려고 하는 의도는 결코 없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시험성적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혹은 기업들이 원하는 ‘뛰어난 인재’가 갖춰야 외국어 실력이라는 것은 결코 시험점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한국이라는 홈그라운드에 제대로 펼쳐 보일 수 없다면, 그는 ‘한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겠다. 속된말로 ‘뉴욕에서는 거지도 영어한다’고 하지 않는 가. 그러니 시험점수에 못지않은 실질적이고 우수한 외국어실력 및 나라의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비로소 유학생들이 꿈꾸는 ‘미래’라고 하는 꿈의 열매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글_ 한국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