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조심하세요.
어제 약했던 감기가 자고 일어나니 심해져 있더군요.
성당도
못 가고 그 자리에 누워버렸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몸이 아파도
다시 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난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다시 1학년 2학기를 마치려고 북경에 온지도 1달하고 1주일이 되었네요.
그동안 게으르게 제 소식을 전하지 않아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해요.
저는 중국 들어오고 3일 후에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갈망하던 기숙사에
들어오고 나니 살도 좀 찌고(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학교 식당 -즉 기름끼 많은
중국음식을 계속 먹었기에) 예전보다 더 성숙해졌습니다.
한 때는 성장통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유학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한국에 있으나 중국에
있으나 모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혼자사는 것은 같죠.
제가 중국오기 전에
떠나는 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해주셨어요.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그런데 이건 정말 24시간을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학생들끼리도 천지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한때는 중국에 부모님을 두고 학교를 통학하는 동생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나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내가 지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무작정 곁에 있는 이들에게 기댈 수도 없었습니다.
아,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 있는 것같아요.
전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곁에서 오목나무처럼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서있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친구고 동생이고 언니고 누나고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지만 그런 점에서 나랑 많이 닮았기에 너무나
반갑고, 동시에 많이 배워요. 제가 생각으로만 했던 것을 실천하는 곁에 있는
사람을 보며 영감을 얻고 따라하기도 하지요.
"따라하기."
아직
제 수준은 이런 거 일 수도 있어요. 제 확실한 주장을 가지고
인생을 펼쳐나가며 하루를 온전히 내 결정에 의해 디자인하기는 아직 부족한게 많아요.지금은
그 전 단계이고 훈련단계겠죠?
하루일정을 스스로 선택함에 있어서 두 개의
선택 중 둘다 놓치지 않고 싶은 것들인데도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들에 많이 부딪쳐보고 그 때마다 미성숙한 결정력에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하루에도 몇
개씩 해야 할 일이 겹치는 날엔 도저히 뭘 선택할 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저 자신을 많이 발견했어요.
이번 학기는 그 결정력을 키우는 훈련의
시간인가 봅니다.결정해두고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념을 많이 키워야겠죠.
또 달라진게 있다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게 되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내 얘기만 나불나불하면서 상대가
내 말을 들어주길 바랐다면 이번 학기에는 좀 달라요. 같이 밥 먹은
선배님들도, 제게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털어놓으셔요. 그만큼 제 안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귀담아 들을 수 있는 진심어린 공간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겠죠?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이 역시 기숙사에 들어오고 나서 생긴 변화네요. 북대 안에 있는 웨이밍후라는 호수는요, 주말마다 각지에서 중국인들이 이 호수를 보기위해 먼길을 달려오는 북대 상징이예요.
전 참 새벽운동을 좋아하는 데,(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집과
바로 붙어있는 한강변을 걸었어요.)북대 기숙사에 들어오면 꼭 해보고 싶은게 다른 게
아니라 그거였어요. 웨이밍 호수 거닐기.그걸 해보게 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욕심같아선 이번 학기내내 호수주위를 거닐고 싶지만 중국의 악덕 날씨가 가로막네요.(왜,
이런말이 있죠? 저도 들은 얘긴데 이번 북경올림픽 때 난 기사라더군요. 중국에서
1시간 운동하면 건강이 더 안 좋아진다.)뿌연 안개에 휩사인 공기 사이사이로 미세한
황사먼지가 날리고 있는 요즘, 가장 안타까운 건 호수를 찾아가지 못한다는 거예요.
또 저번 학기와 달라진 점은 웃음을 많이 잃었다는 거예요.
그치만 괜찮아요. 적잖히 헤벌레하고 다니는 것보다 낫잖아요?
(이게 좋은
결정일른지는 모르겠지만) 싫어하고 미우면 그걸 인정해버려요. 좋은 게 좋은거라고 예전엔 아무리
싫어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그걸 내색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냥, 싫으면 싫은
데로 그렇게 냅둬요.누구에게나 헤벌레하고 웃으며 다가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알았아요. 결국 내 자신이 불편하더군요.솔직해진 표현과 태도에 많이 편해졌어요.저는 이게
가식적인 거 보다 사람들에게 좀 더 진실된 태도로 다가갈 수 있어졌다고
생각해요.그리고 그게 가식적인 웃음보다 더 나은 거란 판단을 해요.
예전에는 안
그랬지만, 이 점에 대해서 왜 넌 바다같은 마음씨를 가지지 않았느냐-하고 나무랄지도
몰라요.지금 편한대로 그렇게 인정할래요, 일단은. 설령 지금 이게 잘못된 결정일지라도.
최근에 한 가지 사건도 있었어요. 냉장고를 싸게 구입하려고 유명한 북경 싸이트에서
1대1로 중고품 거래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험요소들 꽤 있었어요.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을게요. 파고들어 여기다 적어두는 것도 건전치 않은 생각이예요.일단 저 자신이 그
요소들을 파악하게 되었다는 점에 중점을 둘게요.다행히도 곁에 그걸 감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조언을 듣고 나선 기절초풍했죠.
상황판단능력과 협상방법에 있어서 실전경험을 해보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직접 그런 걸 능숙하게 해내는 멋진 친구가 있어 많이 보고
배웁니다.
감기를 앓고 나니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하네요. 그동안 너무
험하게 다루지 않았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동안 소화제도 많이 먹고 안 좋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에 탐닉하면서 유학생활을 즐겼죠. 이런 거에 의지하기 시작하니 때가 되면 뭐
먹을까 생각하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어요.
저는 이렇게 1달 1주일을 살았습니다..
여러분은요?
부디 옷 따듯하게 입고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몸
지켜내세요!
-북경에서 매일매일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연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