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과 10일 한국과 중국에 연이어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에선 경남 화왕산에서 억새 태우기 행사를 진행하다 다섯 명이 죽고 수 많은 사람들이 화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 했다. 중국 북경에서는 완공을 앞둔 CCTV(중국 중앙방송 공사)신축사옥 부속건물이 대보름을 맞아 터트린 폭죽으로 인해 전소 되었다.

한국 화왕산

중국 북경 CCTV 신축가옥 부설건물
우리의 고유 문화를 잊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전통적인 세시풍속을
즐기다가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이 더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굳이 불놀이를
해야 되나 하는 의문 때문이다. 한중 양국은 왜 구태여 자칫 잘못하면
이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세시풍속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세시풍속이란 1년을 주기로 계절에 따라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백성들의 생활습속을 말한다. 세시풍속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집단성을 띠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처럼 농경생활을 주로 민족일수록 세시풍속의 중요성은 더욱 더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정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써 일년을 설계하는 달이다. 일년의 농사계획을 세우는 정월 대보름은 한중일 등 전통적인 농업국가에서는 중요한 명절이다.
우선 한국의 경우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달집 태우기 등의 풍속이 있다. 한국인들은 달집이나 억새의 타오르는 불길이 하늘로 치솟아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각자 마음속에 있었던 삶의 애환 역시 사라짐을 느꼈다. 즉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쌓여있던 근심 걱정을 털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새 시작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설을 쇠는 사람이라면 며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터트려 대는 폭죽소리에 놀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중국인들의 폭죽놀이는 풍속을 넘어서 가히 광적이다. 중국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폭죽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데 이는 폭죽을 사는데 들인 돈은 나중에 그 몇 배로 되돌아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언제부터 폭죽놀이를 해왔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인들의 폭죽놀이는 일종의 액막이 행사이다. 고대 중국의 전설 중에 녠(年)이라는 산귀신이 있는데 이 귀신은 사람들을 잡아먹고 전염병을 퍼트리는 나쁜 귀신이었다. 이 산귀신은 폭죽소리를 무서워 했음으로 사람들은 대나무를 태워 폭죽소리를 내어 이 귀신을 좇았다고 한다. 대나무가 터지며 나는 소리라고 하여 ‘빠오쥬(爆竹)’ 라 불렸던 이 액막이 방법은 이후 대나무통에 화약을 넣어 터뜨리는 방법이 활용되면서 널리 보편화 되었다. 지금은 연말, 신정, 춘절 대보름 등 세시풍속 외에도 생일, 결혼 등 개인의 기쁨을 기념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지난 한해 쌓인 묵은 근심 걱정을 다 훨훨 태워버리고 가뿐하게 새해를 시작하고, 새해의 액막이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이 화마 속에 스러져 갔다. 이번 참사로 인해 한국에선 너도나도 불놀이 행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중국당국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다시 폭죽놀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놀이 행사의 폐지를 운운하기 전에 이런 행사가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이번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로 한중 양국 국민 모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09년에도 고단한 삶이 예고 되는 양국 국민들에게 양국에서 피어 오른
불길이 올 한해 더 이상 더 큰 고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액막이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